훈원 철벽남 썰

iamond 2016. 1. 25. 12:58


원우는 자신의 미모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사는 남고딩이야.

지금까지 남녀 불문하고 자기가 마음먹고 꼬셔서 안 넘어온 상대가 없고, 워낙 주변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관심과 호의를 독차지하면서 좋은 취급 받고 지냈다보니 내심 자존감이 엄청난거지. 원우의 외모나 성격이나 행동거지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상대의 눈길을 사로잡는 거야. 원우는 별 생각 없이 그냥 평소처럼 지낸건데 사람들은 어느새 원우에게 홀려있고.. 주변에서 하도 떠받들어 모시다 보니 원우는 상대가 자기한테 호감을 가지면 오히려 그 사람한테 좀 정이 떨어지는거.

원우 쪽에서 먼저 작심하고 접근했더라도 그 상대가 나한테 빠졌구나 확신이 들면 그때서부터 흥미가 뚝 떨어지고 재미없게 느껴지는거지. 그래서 원우는 여기저기 썸만 타다가 갈아 치우고 다리만 걸쳐놓는 난잡한 생활을 해. 그런 원우 곁에 한결같이 있어주는 건 원우의 오랜 친구 순영이 뿐이지만, 순영이가 원우에게 일말의 연애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원우가 관계를 허락하는 거지. 순영이 맘이 어쨌든간에 표면적으로나마 친구로 지내는 사이니까.

한편 지훈이는 반장이야.

그런데 쓸데없이 나서지도 않고, 필요 이상으로 사람과 관계되는 걸 귀찮게 여기는 예민한 성격이라 그리 모범적인 반장상은 아니야. 그냥 성적이 좋고, 학교 생활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보내고 있으니 담임이 반장 하라고 떠맡긴 거지. 혼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면서 문제 풀이하고 노트필기를 정리하다 대충 시간 때우고 가는 앤데, 지훈이는 반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우한테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대상인거지.

원우랑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눠본 적도 없고, 자리도 바로 옆 줄이라 가까운데 다른 애들이 원우 주변에 몰려들어서 같이 어울릴때 지훈이는 눈길 한번을 안 줘. 그래서 오히려 원우의 흥미를 자극하는 거지. 쟨 왜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지 은근히 신경쓰이고.

그래서 원우는 먼저 지훈이에게 접근해.

수학 문제를 빌미로, 수학 성적이 좋은 지훈이한테 이 문제 좀 가르쳐 달라고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살살 웃으면서 나긋하게 말을 걸었어. 근데 이어폰 꽂고 있던 이지훈은 흉흉한 눈초리로 흘낏 쳐다보더니, "어쩌라고." 하는거야. 저기 다른 애들 많잖아. 걔들한테 부탁해. 너무 딱 잘라 거절하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이 역력하니까, 보기만 해도 딱 알겠는거야. 아 얘는 날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역으로 흥미가 생겨.

"난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데."
"왜."
"니가 제일 잘 알것 같아서. 너 수학 잘하잖아, 지훈아."

느리고 나긋하게 적당히 추켜세워 줬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법이고, 사람은 칭찬에 약한 법이니까. 다정하게 이름도 불러줬고. 근데 이지훈 표정은 냉랭하기 짝이 없는거지.

"난 너한테 가르쳐 주기 싫은데?"
"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나, 너 싫어해."

돌직구로 단호하게 퇴짜 놓는 이지훈.. 자기한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 봤고 면전에다 싫어한다고 하는 경우도 처음이라 원우도 이번만은 좀 당혹스러워서 할말을 잃는데, 동공지진난 원우한테 매정하게 시선 거두면서 "용건 끝났으면 가라." 하는거.. 원우 자존심에 상처나서 내가 저새끼를 꼬시고 만다 다짐하고, 자기한테 완전 반했을 때 제일 비참하게 차버려야지 결심하는 내용 ㅇㅇ

지훈이는 누구한테나 사랑받는 걸 당연스럽게 여기면서 사람 마음 농락하고 여기저기 발 걸쳐놓는 원우가 재수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뻔히 보이는 수작으로 자기한테 접근하면서 맘 떠보려는 원우한테도 냉랭하게 철벽치고 무안할 정도로 상대도 안해줌.. 어차피 절조없고 쉽게 싫증내는 새끼니까 저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의외로 근성있는 전원우가 굴하지 않고 계속 훈이한테 접근하는거 ㅇㅇ 하도 끈질기게 들이대니까 이지훈도 마지못해 쳐다봐주기 시작함..

"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너 좋다는 새끼들 많잖아. 가서 걔들하고나 어울려, 걔넨 니가 눈길만 줘도 좋아 죽을라 하더만."

도서실까지 따라온 원우가 관심도 없는 수학 문제지 붙들고 옆에 찰싹 붙어 있으니까, 오답 풀이 제대로 적어주면서 무심하게 중얼대는 말 듣고

"..그러는 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왜 내가 이렇게 옆에 붙어 있어도 눈길 한번 안 주고, 맨날 못된 말만 하고....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건데. 왜, 너만."

하는 원우 말에 여전히 시선도 안 주고 노트만 내려다보던 이지훈이

"..그래야 니가 내 옆에 있을 거니까."

하는거....

여전히 원우를 냉대하고, 원우가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거나 접근할 때마다 철벽 두르면서 내쳐버리지만 그래도 계속 원우가 앉을 자리를 비워두고, 수학 문제 가르쳐 달라는 원우한테 그딴건 다른 놈들한테 부탁하라고 쏘아 붙이면서도 원우 노트에 오답 풀이를 슬쩍 적어놓는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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