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스무 살 (원른 전력 참여글)

iamond 2016. 1. 4. 22:19



1.

호시형.
스무 살이 됐잖아요.
열 아홉살 때랑 그렇게 다른 점이 있나요?



2.

어 일단 숫자....
첫 자리 숫자가 굉장히 바뀌구요.

하하.

2로 바뀌구요.
막 그렇게 크게 바뀌는 건 못 봤어요.



3.

나이의 앞 자리 수가 바뀌었다.
1 이었던 앞 자리 수가 2로 바뀌면서 이제는 남양주의 먼 학교까지 등교하기 위해 남들보다 치열하게 기상할 필요도 없어졌고, 혼자만 달랐던 교복도 입지 않아도 되었다. 합법적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입할 수 있고, 당당하게 민증을 내밀고 성인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어차피 담배는 춤출 때 숨이 차면 안 되니까 안 피울거지만. 술은..... 딱히 맛도 없고.



4.

저는 약간 스무 살 되면 조금 자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별로 없더라구요.



5.

스무 살이 된 기념으로 동갑인 멤버들끼리만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까 봤다.
지훈이는 이딴 건 맛도 없다면서 괜히 홀짝거렸고, 준휘는 취한 기색도 없이 멀쩡한 얼굴로 계속 술을 들이켰다. 처음 한 잔을 원샷하고 이미 얼굴이 발개진 원우는 고기만 주워 먹었다. 나는 그 옆에서 고기를 구워주고 있었고.

"순영아."
"어."
"맛있다."
"많이 먹어."

그렇게 새 팩을 하나 더 뜯으려니까, 맞은 편에서 지훈이가 일침했다.

"알아서 먹게 놔둬. 뭘 옆에서 다 구워주고 앉았냐."
"원우는 술 안 먹고 있으니까."
"쟤 원래 얼마 먹지도 않잖아. 벌써 배 찼어."
"아니야 원우 삼겹살 좋아해."

나무 젓가락 끝을 앞니로 잘근거리던 원우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냥 하나 더 구워."
"너 다 먹을 거냐고 전원우."
"순영이 별로 안 먹었어. 계속 고기 굽느라고."

거 봐, 보란듯이 의기양양하게 팩을 까서 불판에 고기를 얹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늘도 몇개 더 넣었다. 바싹하게 잘 구운 고기를 한데 모아서 원우 앞에 밀어 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훈이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스무 살이 되면 뭘 하냐. 권순영 저건 진짜, 저렇게 한결 같기도 쉽지 않아."

바뀌질 않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단숨에 들이켠 지훈이는 오이에 고추장을 푹 찍어 우물거렸고, 나는 말 없이 고기를 구웠다. 바싹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원우 앞에 놓아주는 것도 여전했다.



6.

그래.
바뀌는 건 없었다.

어 디를 가도 자연스럽게 너부터 살피게 되는 내 눈, 너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내 귀, 너의 작은 웃음에 언젠가부터 함께 올라가 버리는 내 입꼬리까지. 너로 시작해서 너로 끝나기 바빴던 나의 하루는 어느 덧 해가 지나고 나이를 한살 더 먹어도 바뀌지 않았다.

다음번에, 내년에는, 스무 살 되면, 꼭.
그 렇게 조금씩 미뤄오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음은 점차 커지기만 했다. 언제까지고 옆에서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인 척 하면서. 속이고, 기만하고. 나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던 감정보다 더 솔직한 몸이 자꾸 이성을 배반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스스로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원우야, 나는 너를.



7.

앞 접시에 고기를 잔뜩 쌓아두었던 원우는 이제 술도 홀짝홀짝 받아 먹었다.
안 그래도 한 잔 받아먹고 빨개졌던 게 자꾸 고기만 축내지 말라고 지훈이에게 까였던 영향이 크긴 했던지 주는 대로 족족 받아 먹더니, 이젠 아예 접시 위로 얼굴을 박을 기세라 얼른 뒷덜미를 끌어 올려 어깨를 내주었다. 어깨로 널브러진 원우의 머리가 흔들거릴 때마다 신경이 쓰여서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그 꼴을 본 지훈이는 정면에서 크게 비웃었지만.

"그러다 얼굴 터지겠다."
"냅둬."
"그렇게 좋냐?"
"아씨 이지훈, 자꾸 원우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들으면.... 어떡해.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지훈의 심드렁한 콧방귀 소리와 준휘의 동정어린 한숨 소리가 섞여 들었지만 지금은 어차피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심장 소리가 너무, 크니까.



8.

그래.
안 들릴 수가 없잖아.

권순영 심장 소리가 너무, 크니까.



9.

귓가를 때리는 순영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쿵 쾅, 쿵쾅. 어깨를 타고 귓속까지 파고드는 떨림이 맞닿은 피부를 뜨겁도록 달아 오르게 했다. 항상 격렬한 춤을 추는 순영의 어깻죽지는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은근하게 눈가를 부볐다. 순간 밭은 숨을 들이 쉬는 순영의 호흡이 울려 왔다.

눈치채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순영의 몸에 귀를 대고 있는 것 만큼이나 뚜렷하고 분명하게, 순영의 전신이 제게 반응하는 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었으니까.

‘원우는.... 아무것도 몰라.’

중얼거리는 순영의 가라앉은 음성이 들려왔다.
소 리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뜨거운 순영의 몸이 단단하게 긴장되어 곧추선다. 이렇게나 반응 하면서. 아무 의미 없는 제 숨결 하나에도 숨이 절로 턱 막히는 녀석, 그렇게 티를 내고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를거라 생각하는 권순영 때문에라도 원우는─ 아무것도 몰라야만 했다.



10.

"그래서, 언제까지 그럴 건데?"
"글쎄.... 데뷔 하면?"
"너 작년엔 스무 살 되면 고백한다 그랬잖아."
"그땐 왠지, 되게 어른 같아 보였거든. 스무 살이란 나이가."

근데 바뀌는 게 하나도 없네. 하하.
자조하는 순영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쓰게 따라 웃었다.

..나도 스무 살 되면, 그만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모르는 척 하는 거.



11.

원우형은 어때요?
진짜 바뀌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아.... 아직은?
─응, 아직은.

 



+


원른전력 첫 주제가 '스무 살' 이었는데요.


안메 첫방때 호시랑 원우가

'스무살 됐는데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에 인터뷰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하였습니다.




12분부터 ~


부: 호시형. 스무살이 됐잖아요. 2개월이지만
열 아홉살때랑 그렇게 다른 점이 있나요?
호: 일단 숫자... 첫자리 숫자가 굉장히 바뀌구요
원: 하하 (박수)
호: 2로 바뀌구요. 크게 바뀌는 건 없는거 같습니다
부: 원우형은 어때요?
원: 진짜 바뀌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부: 아직.. 아직은?

호: 약간 스무살 되면 자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별로 없더라구요.
원: (절레절레)



이런 내용.....ㅇㅇ 으로

스무살이 되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런거 ㅇ벗다 라는 영고영원....


그래도 영사해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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