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미 가득한 순정남 민규 x 무심남 원우 1
일단 민규는 공학 다니는 고딩인데 워낙에 애가 스윗 ㅇㅇ 천성적으로 여자들이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지를 넘어서 여자들이랑 공감하고 이해하는 수준.. 또래 남자애들 드래곤볼 읽고 원피스 나루토 읽을때 민규는 초딩 때부터 학원 밑에 있는 만화방 가면 맨날 순정만화 읽고 그랬던 아이. 뭔가 사랑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고 나도 나중에 저런 사랑을 하고싶다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 로맨티스트....
근데 원우는 성격이 빼박 상남자
남중-남고-공대 루트 찍어가지고 주변에 온통 남자들만 드글거려서 친구든 형이든 동생이든 다 남자 뿐이고 여자랑 접점이 거의 없음;; 거의 20년을 남탕에서만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그러다보니 이성을 보는 일이 예능이나 야동밖에 없고 남자들이 여자에 갖는 환상 그런게 있어서 나긋나긋하고 조신하고 청순하고 나한테만 웃어주고... 그런 고시대적 여성관을 갖고 있었는데 대학 가서 어렵사리 미팅 한번 해본 뒤로 (친구 순영이가 원우 비주얼이 그래도 볼만하니까 너 와야 여자 온다고 끼워넣었음) 현실 여자한테 엄청 실망해서 환상이 깨짐. 역시 여자는 모니터로나 봐야 한다 생각...
둘은 버스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원우는 오전강의밖에 없어서 일찍 귀가하던 중이었고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할 생각) 민규는 엄마가 집안 행사 때문에 일찍 오라 해서 조퇴하던 중이었음 ㅇㅇ 새로 나온 걸그룹 신곡 들으면서 사랼라한 기분에 젖어있던 민규는 그날따라 낮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좌석은 다 차서 손잡이 잡고 서서 감. 그 바로 앞에는 원우가 앉아 있었음
원우는 사실 만사가 피곤하고 귀찮았음 ㅇㅇ 어제 밤새 게임하다 두시간 밖에 못자서 사실 강의도 빼먹을까 하다가 레포트 제출해야 되서 간신히 왔던 거란 말임.. 그래서 창가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그 모습 보고 민규가 반함
민규는 이 상황이 굉장히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음.. 창가 햇빛이 원우 하얀 얼굴(맨날 집에서 겜 하느라 창백)에 샤라락 비추는데 크로스백 위로 소매 끝 꼭 쥐고 잠든 원우 모습이 민규 눈엔 참 이뻐보였음 ㅇㅇ 이어폰에서 들리는 걸그룹 신곡 비트가 종소리처럼 들려옴 (중증) 아 이 사람이 내 운명이다 밑도 끝도 없이 확신 ㅋㅋㅋㅋ
원우 동그란 두상이 버스 흔들릴 때마다 투둑 투둑 흔들리는데 위에서 보니까 너무 귀여운거. 하얗고 연약해 보이는데(=콩깍지) 세상 모르고 잠든 모습이 또 귀엽고 ㅇㅇ 그렇게 민규는 원우 잠든 동안 원우만 빤히 쳐다봤음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그러다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해서 원우 몸이 화악 앞으로 무너지듯 쏠리는데 민규는 자기도 모르게 팔 뻗어서 원우를 받아줬음 ㅠㅠ 근데 민규 몸이 워낙 크다보니 거의 와락 끌어안다시피 된거;; 원우 하필이면 그때 눈 뜨고 왠 생전 처음 보는 남고딩 품에 안겨 있으니까 존나 식겁
ㅡㅡ너 누구.
..네? (설렘)
좀 놓지?
아 네.. 죄송합니다;;
이게 제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구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를 해서 받아드리려다가 그렇게 된 어쩌고 저쩌고 민규 당황해서 얼굴 빨개져가지고 막 주절주절 변명하는데 원우는 사실 잠과 피로에 쩔어 있어서 머릿속에 암 생각도 없음. 비몽사몽하게 올려다 보는데 워낙 눈매가 좀 날카로우니까 민규는 그게 야리는 건줄 알고 헉 혹시 불쾌하셨나 싶어서 쫄림;
원우는 슬쩍 창밖 내다보고 정거장 확인하는데 이미 좀 지난거; 그래서 다음에서 내리려고 버튼 지잉 누름
근데 민규는 그게 자기 때문에 화나서 자리 뜨려는 줄 알고 오해 ㅇㅇ 원우가 비척비척 일어서는데 뒤꽁무니 졸졸 쫓아오면서 주절거리는거..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ㅠㅠ 막 머리 숙여가면서 쩔쩔 매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니까 원우가 슥 돌아보면서 피식 웃음
솔직히 민규도 겉으로는 키 크고 번듯하게 잘생긴 앤데 뭐 별것도 아닌거 가지고 저러니까 좀 귀여운 거임
맨날 걸걸한 남자애들이랑만 어울리던 원우 눈에는 새로웠음
근데 원우가 그냥 말 없이 피식 웃고 돌아서니까 민규는 그거에 또 심쿵하고
원우 내리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냥 홀린듯이 따라 내림 (ㅋㅋㅋㅋ)
원우는 사실 아직도 잠이 덜 깨서 멍함.. 버스가 몇 정거장 좀 지나쳤으니까 반대쪽 차선으로 해서 다시 타려고 횡단보도 건너는데 민규가 그냥 계속 쫓아오는거..... 사실 원우는 처음에 눈치도 못 챘음 그러다 정류장 앞까지 왔는데도 민규가 쭈뼛거리면서 슬쩍 옆에 서니까 그제서 힐끔 돌아봄 ㅇㅇ 뭐지 쟤도 이쪽 방향에 뭐 볼일 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데 눈 마주치니까 민규가 불쑥 말 검.
저기, 형 이름이 뭐에요?
..?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전원우.
그렇구나.... 이름도 이쁘시네요.
그러면서 생글 웃는데 원우 속으로 ㅡㅡ뭐지 싶음
용기 내서 한번 말 걸어봤던 민규는 원우가 좀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니까 당황해서 또 변명;
아 제 이름은 김민규인데요 형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혹시 불편하신 건 아니죠 ㅠㅠ
..왜?
네??
왜 나랑 친해지고 싶냐고.
민규는 좀 당황했지만 아 형도 나한테 관심 가져주는구나(착각)
이 형도 나한테 호감이 있나(착각2) 설레가지고 실실 쪼개면서 대답
그냥 형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서요.
ㅡㅡ?
오늘부터 형이랑 알아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솔직히 원우는 이런 식의 접근은 남녀를 불문하고 난생 처음;; 민규가 무슨 의도로 저러는 지도 도통 모르겠고 어차피 남자애니까 뭐 별거 있겠나 싶어서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래라 하는데 민규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음
형이 내 마음을 받아줬구나(착각3) 역시 진심은 통하는거야(착각4) 생각하면서 취미며 관심사며 요즘 자주 하는 게임이며 하나하나 대화하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오늘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조퇴까지 했던 건 이미 머릿속에 까맣게 잊혀짐.. 원우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집에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거기까지 자연스럽게 따라 타서 옆자리 앉아 수다 떨어 대는 민규 보면서도 원래 같은 방향인가 생각하다가 어느 새 집에 오니 폰에 민규 번호 저장되어 있고 카톡까지 친구추가 되어 있음 (ㅋㅋㅋㅋ)
그렇게 자연스럽게 번호도 따이고 이제 곧 남고딩 김민규의 집요한 스토킹에 시달리게 될 운명의 원우....
여고생미 낭낭한 순정남 민규 x 무심철벽남 원우 2
민규랑 원우는 아무튼간 그날 기점으로 점점 친해짐 ㅇㅇ 민규는 원래 친구 많고 사교성 붙임성 좋아서 두루두루 인간관계 좋은 애고 원우도 친해지면 말도 많아지고 스킨쉽도 스스럼 없이 해대는 성격 (첫만남 때는 잠이 덜 깨서 + 피곤에 쩔어 있어서 걍 암생각도 없었던거..) 원우가 워낙 게임을 잘해서 둘이 같이 피방도 자주 가고 암튼 자주 놀러 댕김 근데 원우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친한 동생이랑 만나서 노는 거지만 민규는 데이트라고 착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규 성격이 워낙 세심하게 잘 챙기는 부분이 있어서 깨알같이 원우 챙기는거.. 원우 입맛이나 기호 꼼꼼하게 기억해뒀다가 적재적소에 짜잔 대령하는거지 ㅇㅇ 원우가 아 목마르다 생각할때 딱 원우가 좋아하는 이온음료 뽑아주면서 "형 이거지?" 챙겨주고 게임하다 원우가 입만 쩝쩝 다셔도 뭐 먹고싶은지 뭐하고 싶은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거야
원우도 그런 눈치 빠른 민규가 내심 맘에 듦 "짜식 나중에 사회생활 잘하겠네" 이러면서 칭찬하지만 민규는 속으로 그냥 형한테만 잘하면 되는데 ㅎ 이런 생각하고..... (동상이몽)
한편 민규는 게임 매니아인 원우를 위해서 아는 형한테 닌텐도 위를 빌려오고 (ㅋㅋㅋㅋ) 데이트 할때 멋진 차 빌려오는 것처럼 이 정도 수고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원우가 하고 싶다던 게임을 떡하니 장만해놓고 원우를 집으로 초대함 (원우를 만나면 왠만한 비용은 민규가 다 대기 때문에 알바로 깨알같이 돈 모으고 있음)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게임하자는 말에 원우는 팔랑팔랑 따라왔음 ㅇㅇ 거실 TV에 연결해놓고 둘이 나란히 앉아서 한참 열겜 (중간에 치킨도 좀 시켜먹고) 민규는 하도 화면만 보니까 슬슬 집중력도 떨어지고 눈이 아픈데 원우는 신기록 갱신중이라 초집중; 막 눈이 빠질 것 같아서 잠깐 흘낏 곁눈질 하다 바라본 원우 옆얼굴이 또 이뻐서 (집중하는 남자의 멋스러움) 넋을 잃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민규 캐릭터 다운되고 한참 기록 갱신하다 게임 오버....
어처구니 없게 기록 깨지고 끝나니까 원우 빡쳐가지고 야 너 뭐냐 하면서 돌아보는데 민규가 게임기 쥐고 있던 원우 손목 훅 끌어당겨서 키스
원우는 평소 친한 동생한테 느닷없이 키스당하니까 너무 놀래서 그대로 굳는데 혀 들어오고 민규 손이 뒷덜미 꾹 잡아내리면서 밀어붙이니까 놀라고 당황해서 막 밀쳐냄.. 근데 지금까지 원우 보면서 많이 참아왔던 민규는 밀어도 밀리지도 않고;; 그간 마냥 잘해주는 착한 동생이었던 민규가 갑자기 돌변하니까 당혹스러움
게다가 원우는 여태 여친 한명도 못 사귀어봤단 말임..
남자들하고만 어울리느라 연애니 키스니 그런 간질간질한건 생각도 안 해봤는데 뜬금없이 남자한테 당해버리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민규 뒷머리채를 확 잡아댕김. 키스가 처음인 원우는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거칠게 하악거리면서 빨개진(숨막힘+당혹감+분노) 얼굴로 민규를 노려보고 있음
씨발 너 뭐하자는 거야 김민규.
원우 화나서 평소 안하던 욕까지 하고 민규 이름에 성 붙여서 부르는데 민규 눈에는 그것도 너무 이쁨 씨발데레를 넘어서 그냥 원우만 보면 녹아내림;; 녹진한 눈으로 원우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속삭이는거.
형, 좋아해.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형이 좋았다고 했던 거.. 진심이야.
나랑 사귀자.
미쳤냐? 내가 너랑 왜 사귀는데.
원우는 그냥 이 상황이 어이가 없고 황당.... 민규 고백도 그냥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생각함
근데 민규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진지하게 고백함
나만큼 형 좋아하는 사람,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야.
내가 형 행복하게 해줄게. 약속이야.
민규는 얼굴 색 하나 안 바뀌고 꿀 바른 듯이 달콤하게 속삭이는데 무딘 감성의 원우는 그 말이 너무 닭살 돋고 오글거려 미치겠음.
돌았냐? 미쳤나봐 김민규;;; 행복은 무슨 시발 프로포즈도 아니고;;
듣기만 해도 쪽팔려서 몸서리를 치는데 그동안 맨날 속으로 중얼거리던거 드디어 입밖으로 불쑥 꺼내버리는 민규: "프로포즈 맞는데."
저 미친새끼;; 도랏멘 을 외치며 원우는 오글거림을 참지 못하고 집에 가 버림 ㅇㅇ 근데 민규가 굳이 배웅을 나오시겠다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원래 평소에도 민규가 원우 자주 데려다 주고 데리러 나오고 그랬었음. 민규는 고백 전부터도 항상 원우 대할 때 데이트 하듯 한결같이 정성스러웠는데 둔한 원우는 여태 몰랐다가 이제 와서 민규한테 고백 받으니까 의식하게 되는거 ㅇㅇ 쪽팔리게 무슨 배웅이냐고 내가 기지밴줄 아냐고 저리 꺼지라고 하면서도 결국 평소대로 같이 버스 정류장까지 오고.....
형 조심히 들어가라는 민규 눈빛은 오늘따라 쓸데없이 그윽함 (기분탓. 원래 그윽했음) 벌써부터 남친미 낭낭하게 풍겨대는 민규한테 진저리를 치며 버스에 탄 원우는 자리 앉자마자 쏟아지는 카톡 포풍에 치를 떰.
형은 몰랏을지 몰라도 1
난 처음부터 항상 진심이었어 1
그래두 괜차나 1
몰랏던 만큼 앞으로 더 알아주면 되니까 1
나 형 진짜루 마니 조아해 1
형이 내맘 다 알때까지 앞으로 맨날 말할꺼야 1
많이 표현할께 1
좋아해 1
폰 스크린에 미친듯이 카톡 포풍이 몰아치자 짜증이 난 원우는 아우씨 기분 심란한데 음악이나 들어야겠다고 이어폰 끼고 평소 좋아하던 힙합 SWAG에 취하려 하지만 자꾸 랩 펀치라인 사이사이로 까똑거리는 효과음이 끼어듬;;
잠깐 사이 카톡 42통이 와 있음... 지긋지긋해서 열어보는데 형 이럴때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고 형 눈 감았을 때 속눈썹이 길고 예뻐서 반했고 형 피부 하얀거 너무 예쁘다고 천사 같다고 어쩌고 저쩌고 연애편지 작성중;;
원우 빡쳐서 한줄 보냄.
꺼져.
민규는 원우의 매몰찬 거절에도 아랑곳 않음 ㅋㅋㅋㅋ 오히려 반기면서
아 형 드디어 읽어줬다 ㅎ 형 아직 버스 안이지 벌써 보구싶다 이럼서 좋아함 ㅋㅋ
형 오늘밤에도 내 꿈에 나올거야? 나꿍꼬또 형아꿍꼬또 이지랄.....
ㅡㅡ
전원우 띠꺼운 표정 이모티콘 찍어 보냈는데
나 형 그 눈빛 너무 좋더라 글자만 봐도 형 눈빛이 보이는 것 같오 히힣
ㅋㅋㅋㅋㅋ 답도 없음.... 아오 그냥 차단할까 생각하다가
그건 좀 심한거 같아서 그냥 알림 꺼놓는 원우
그래봤자 폰 켤때마다 카카오톡 아이콘 옆에 숫자 무지막지하게 떠있어서;;
성격상 새로 온건 꼭 확인해야 하는 원우는 굳이 또 확인하고....
보낸 메시지에 숫자 1만 사라져도 민규는 좋아서 바로 또 포풍카톡..
이제 고백도 했겠다 민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어짐 ㅇㅇ 본격적으로 원우한테 들이대기 시작하는데 원우는 질색팔색;; 그동안 친분 쌓아뒀던 덕분에 원우 강의 스케줄이랑 자유시간 훤히 다 꿰고 있는 민규는 얼굴 보고 싶다고 교복 차림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그럼 모질지 못한 원우는 또 왔냐ㅡㅡ 이러면서도 같이 있어줌. 민규가 옆에 붙어앉아서 조잘조잘 떠들면 그냥 옆에서 대충 들어주는 원우.. 대충 들으면서도 나중에 물어보면 다 기억하고 있어서 더 설레 하는 민규
그러던 어느날 원우 친구 순영이가 무러봄
야 근데 맨날 교복 입고 너 기다리는 애 누구냐? 동생이야?
솔직히 사귀자는 말은 들었지만 대답을 한것도 아니고 자기 딴에는 거절했다고 생각하는 원우는 (=물론 그동안에도 계속 만나줌) 그냥 별 사이 아닌데.. 이랬다가 야 뭔 사이길래 말끝을 흐려 ㅋㅋㅋ 이러고 놀림
아니야 그냥 가끔씩 밥 먹고 게임 하고 같이 노는 앤데.. 가끔이 아닌가? 거의 매일인가?
순영이한테 반박하려다 괜히 스스로 혼란만 온 원우 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김민규는 나한테 대체 뭐지 싶은 생각이 들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얘를 계속 만나지 싶은거임.. 지금까지 여자를 사귄 적도 없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건 절대로 아닌데....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원우는 순영이한테 소개팅 좀 시켜달라 부탁함
순영이는 오올 그래 전원우 모쏠 탈출 좀 해라 이러면서 바로 자리를 마련함 ㅇㅇ 원우는 사실 소개팅도 처음이라 두근두근 긴장하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민규한테 카톡이 없음. 따..딱히 기다렸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맨날 몇백통씩 오던 포풍카톡이 없으니까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함. 아주 쬐끔. 원우는 한번 민규한테 카톡을 보내보기로 함. 원우의 선톡은 사실 처음임.
민규야 1
그렇게 보냈는데 5분이 지나도 답이 없음. 평소 원우가 이모티콘 하나라도 찍어 보내면 10초도 안되서 즉각 답이 왔었는데 이상함; 심지어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음. 민규 답지 않은 일.... 원우는 소개팅 할 카페에 앉아서 상대 기다리다가 너무 지루하고 할 것도 없으니까 하나 더 보내줌.
뭐하냐 1
이렇게 보내니까 금방 1이 사라지고 답톡 옴.
형은 뭐하는데
원우는 순간 솔직히 말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괜히 나중에 민규가 알면 피곤해질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림
그냥 있어
이렇게 보냈더니 바로 또 답장 옴
어딘데
민규가 원래 이렇게 단답하는 애가 아닌데, 엄청 길게 보내는데.. 좀 이상했지만 순순히 대답
카페
혼자?
ㅇㅇ
누구랑 안 있어?
ㄴㄴ
형 나 오늘 소개팅 하는데 1
얼음물 빨대로 쪽쪽 빨면서 폰 들여다 보다가 프리뷰 보고 푸헠 사레 들린 원우;;;; 콜록콜록 거리면서 얼른 확인하는데 민규한테서 온거 맞음. 원우 자기도 모르게 두손으로 폰 모아 잡고 엄지로 다다다다 폰타 침
야 너 나 좋아한다며
응 조아해
근데 소개팅을 해?
형이 대답 안해주자나
틀린 말은 아닌데.. 괜히 속은 기분이 드는 원우; 입술 삐죽거리면서 답톡 보냄
야 너 나보다 먼저 여친 사귀지마
왜?
장유유서 ㅇㅇ
시른데 ㅋ
속으로 이새끼가.. 아오 콱 이럼서 이모티콘 고르고 있던 원우 뒤에서 그림자가 스물스물 드리워지는데....
안녕하세요~
문득 되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는데 김민규;;;;
뜨억한 원우 앞으로 낭랑하게 인사하며 맞은 편에 새침히 앉은 민규
소개 받고 나왔어요. 김민규라고 합니다~
야 씨발 너 뭐야 김민규;;
아 초면인데 말 놓으시네요? 그럼 저도 놓을게요,
너 뭐냐고-
너야말로 뭐냐 전원우.
그래도 그동안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르면서 한결같이 잘해줬던 민규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말 까니까 흠칫 놀래서 그대로 굳은 원우..
"너 내가 만만하냐? 너한테 반해가지고 좋아한다고 헤헤거리니까 우스워 보여? 지금까지 나한테 확실하게 대답해준 적 있냐? 좋다고도 싫다고도 한 적 없잖아 너. 내가 해주는 건 거절도 안 하고 다 받아먹으면서, 언제 한번 내 마음 진지하게 생각해준 적 있냐고."
.........
"나 그래도 너 한번 끝까지 믿어 보려고 했다. 이대로 조용히 기다리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으니까 내가 더 표현하고 다가가면 그래도 니 마음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틀렸나 보네."
...민규야,
"..나도 이젠 너한테, 지친다."
민규는 그렇게 말하고 싸늘한 얼굴로 돌아섰음.
사실 민규는 그동안 원우 친구들이랑도 안면 트고 연락까지 주고받으면서 원우 동선 파악하고 원우 뭐하고 지내는지 소식 듣고 그랬어서 원우 친구 순영이가 쟤 대체 뭐냐고, 동생이냐고 물어 봤던 거.
민규는 순영이가 원우랑 친한거 아니까 원우가 연락 잘 안 받고 그러면 순영이한테 원우형이랑 같이 있냐고 원우형 뭐하냐고 물어보고 그랬는데 원우 지금 소개팅 하러 갔다고 들은거. 그래서 장소랑 시간이랑 다 물어보고 파악한 다음 일부러 원우 떠본건데 원우가 소개팅 한다고 말 안하고 얼버무리니까 형한테 나는 그 정도도 안 되는 사람인가, 싶어서 화도 나고 비참하고 배신감 들고..
사실 지금까지 원우한테 한번도 확답을 못 들었다는 게 가장 불안한거. 원우랑 아직 아무것도 아닌 사이니까, 원우가 누굴 사귀고 딴 사람을 만나도 거기에 대해서 화 내고 뭐라 할 만한 명분도 없다는 거 자체가 속상하고.. 솔직히 아무것도 시작한 게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는데 이제 원우형이랑은 끝났구나 싶어서 눈물이 울컥 차오르는 민규.
원우는 항상 그랬음. 항상 민규가 백마디는 해야 한마디 할까 말까였고, 민규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되니까..
자기가 그만두면 원우는 절대로 먼저 다가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어서 유사 이별한 기분으로 울면서 카페 나오는데 문 앞에서 누가 붙잡음.
원우였음.
미안해.
...
내가 잘못했어..
그 말에 그대로 원우 와락 끌어안는 민규... 원우 어깨에 얼굴 박고 엉엉 움
민규가 돌아서고 혼자 남은 원우 역시 이대로 쫓아가지 않으면 민규와의 관계가 영영 끝나버릴 거란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음. 민규 말 틀린 거 하나도 없었고, 지금까지 어영부영 민규 맘 회피했던 주제에 민규가 사주는 거 한번도 고사 안 하고 낼름낼름 다 받아먹고 좋을대로 이용하고..
민규를 좋아하고 민규한테 마음이 생겨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금까지 너무 비겁했던 건 사실이라 이대로 민규를 보내는건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잡은거.
근데 민규가 너무 서럽게 울었음....
흐엉엉엉 소리내서 어깨에 얼굴 박고 흐느끼는데 주변에서 꽂히는 시선도 너무 창피하고 쪽팔렸지만 내가 뿌린 씨앗이다 싶어 조심스럽게 민규 등을 토닥토닥 다독이는 원우.. 어설프게 손끝으로 보듬보듬 해주는 원우 손길 가만히 받고 있던 민규가 불쑥 속삭임.
원우형. 나 뽀뽀 해줘요.
여..여기서?
당황해서 목소리 삑사리 난 원우;; 민규는 울먹거리느라 가라앉은 목소리로 채근함.
미안하다면서요. 잘못했다면서요.
근데 여기는 좀....
흐엉엉ㅇ엉ㅇ ㅠㅠ 어깨에 대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 민규 때문에 화들짝 놀란 원우는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그만 울라고 달래고;;;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민규 옆머리 살짝 들어서 눈썹 위 이마 부근에 뽀뽀 쪽 해줌.
돼..됐지? 이제 그만 울어 민규야....
그제야 간신히 고개를 든 민규 눈이 퉁퉁 벌개져 있어서 원우가 소매로 슥슥 닦아주고.. 민규 또 울까봐 다정스럽게 손도 잡고 얼른 카페 나가버리는데 고개 숙인 민규 입꼬리가 쓱 웃고 있고.......ㅎㅎ 계획대로
~ 번 외 ~ 민규 여고생미에 민규샵을 빼놓을 순 없지 ~
민규가 워낙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서 머리 만지는 걸 좋아해 ㅇㅇ 그래서 원우 머리도 막 만져주고 싶어함 (당연 원우는 질색하지만..) 원우가 거실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폰 붙들고 앱게임 하고 있으면 민규는 그 뒤에 쇼파 앉아서 열심히 원우 머리 붙들고 꼬물꼬물 대는거..
원우는 1도 신경 안 쓰고 열겜 하다가 민규가 머리 스타일링 한답시고 쭉 잡아댕기면 머리채 붙들려서 악! 비명 지르다 게임오버 되고 아 씨발 너때문에 죽었잖아 김민규 이러면서 성질 ㅋㅋㅋㅋ
민규는 (이 정도 성질머리는 워낙 익숙해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형 원래 잘생겨지려면 노력이 필요한거야 남자도 가꿔야돼" 이럼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ㅋㅋㅋㅋ 원우도 지지 않고 "난 그딴거 안해도 잘생겼거등?" 받아치는데 민규 열심히 머리 만지작하면서 피식 웃음ㅋ 오구오구 그래쪄영 ~ 한손으로 원우 턱 쓰담쓰담 해주곸ㅋㅋㅋ 원우 기겁하면서 젤 묻잖아 씨바라;; 츤츤대고....
민규 열심히 원우 머리 만져주고 자기 작품에 뿌듯해서 형 사진찍자 ^ㅁ^ 이럼서 셀카 찍자고 씽나서 카메라 켜는데 아 뭘 또 찍어.. 귀찮아 하다가도 막상 캠 들이대면 표정관리 하는 원웈ㅋㅋ 쭉 찢어진 눈 크게 뜨고 부자연스런 미소 짓고^^;; 그런 원우가 귀여워서 현실웃음 실실 새나오는 민규 ㅋㅋㅋㅋ
그리고 집에 가서 컴 붙들고 포샵 켜서 고화질 보정작업 후 원우형 사진모음 폴더에 고이 보관해놓고 두고두고 꺼내보겠지 자기 랩탑에 원우 사진 전용 폴더 따로 보관중인 민규 ㅋㅋㅋㅋ 몰래몰래 도촬 찍은 폴더도 있고 원우 자는얼굴 폴더도 따로 있고 겨우겨우 사정해서 같이 커플셀카 찍은 폴더도 있는데 각각 다 원본이랑 포토샵 보정 거친 사본이랑 따로 보관하고 우연히 원우 과거사진 같은거 득템하면 레어폴더에 저장 ㄱㄱ
원우 친구 순영이한테 물밑거래 들어가서 얻어냈던 원우형 교복사진 원우형 중딩졸사 이런것도 모아놓곸ㅋㅋ
포토샵 능력자 김민규는 원우 몰래 원우 덕질 중.......☆★
여고생미 퍽발하는 순정남 민규 x 무심츤츤남 3
아무튼간 원우에게서 처음으로 뽀뽀를 받아낸 민규는 그 이후부터 완전히 원우 남친 행세 중 ㅋㅋㅋㅋ 이제는 카톡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연애질 티 냄 ㅇㅇ 부농부농한 하트 편지지에 러브레터 써서 원우 가방에 넣어놓곸ㅋㅋ 중간중간 하트나 동물 스티커 같은것도 붙여가면서 꾸미기 하고 원우한테 이쁜 편지 써주고 싶어서 캘리그라피 연구하고.... 정성스럽게 연애편지 작성하는 소녀감성 민규 ㅠㅠ
원우는 사실 처음에 민규가 자기 가방에 러브레터 넣어놓는 지도 몰랐음ㅋㅋㅋ 먼저 눈치챈 건 순영이 ㅇㅇ 원우야 너 천원 있냐 그래서 앱게임 하느라 정신 팔린 원우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뒤져서 꺼내가" 이래가지고 가방 뒤적뒤적 하다 야 이거 뭐냐? 하면서 발견된거....
자기 가방에 그런게 들어있는 줄도 몰랐던 원우는 ㅡㅡ?? 이러고 멍하니 쳐다보는데 이미 척하니 뜯어서 큰 소리로 낭독하는 순영 ㅋㅋㅋㅋ
♡♡♡(하트 스티커 폭풍)하는 원우형!.....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다, 오늘 우리 만난 지 171일 되는 날이야..
그러고 보니 형 생일 17일이잖아 되게 운명적인 날이네 헤헷~
만약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면 나한테 그건 바로 형이야
형 처음 봤을 때부터.... 난 한눈에 알아봤어.
형도 이젠 알아줬으면 좋겠다
☆★ 내가 바로 형 운명이란 걸!! ★☆ (별 스티커 폭풍)....
~ 원우형의 단 하나뿐인 운명 ~ 민규가.
.....................여기까지 읽고 슬쩍 원우 눈치 보다가 다시 고이 접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는 순영이.. 어음... 원우야.. 어쩔 줄을 모르고 원우 살피면서 쩔쩔 매다가 내가 너의 운명을 응원할겟!!!! 이러고 도망쳐버리곸ㅋㅋㅋ
의도치 않게 친구한테 아우팅 당해버린 원우는 열불이 터져서 뭐라 말도 안 나옴... 여자애들한테도 안 받아본 러브레터를 민규한테 받고 있는 것도 답답하고 내용도 저게 뭔지 쪽팔려 뒤져버릴 것 같고;;; 그와중에 쓸데없이 정성 돋아서 더 속터짐
아오 썅 김민규 이 쪽팔린 새끼;;;; 진저리를 침.... 이걸 어디 갖다 버릴 수도 없고;;;; (모질지도 못한 원우)
방금처럼 무방비하게 뒀다가 누가 꺼내보기라도 할까봐 칼귀가 하는데 마침 민규한테 전화가 옴.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통화 수락하는데 민규가 꽃 떨어질 것처럼 발랄한 음성으로 애교 그득하게 생글대는거
워누혀엉 ~ 내가 쓴 편지 봐써여??? *^^*
차마 사람들 이목 때문에 쌍욕도 못한 원우는 꾹 참고 평소보다 한톤 낮게 대답..
어디냐.
형 마음 속 ~ ♡
.....(아오 씨발..) 장난치지 말고, 우리 집으로 와라.
그러고 뚝 끊은 원우..
지난번 카페에서 대성통곡 하던 민규한테 휩쓸려서 어영부영 뽀뽀해준 거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킥 하는 중이라 밖에서 험한 꼴 보이기 싫어서 집으로 부른건데 정작 민규는 얼굴 붉히고 두근두근.. 꺄아 형이 드디어 집으로 초대 해줬어^///^ 설레서 당장 튀어가는 민규 ㅋㅋㅋㅋ
원우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보니까 정작 집주인 원우보다 더 일찍 와서 복도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민규
형 왔어?? *^ㅁ^*
오히려 지가 집주인처럼 반갑게 맞아주곸ㅋㅋㅋㅋ (원우는 거기서부터 뭔가 꼬여가는 걸 느끼겠지..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일단 현관문 탁 닫고 자동잠금 철컥 하자마자 김민규 멱살잡이 하는 원우
"야 김민규 너 진짜.... 나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냐? 그 편지, 하..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거 순영이가 읽는데 내가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기나 해? 오글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이자식아!!"
"....그거.. 순영이형이... 읽었다고?"
"그래!!!! 하여튼간 넌 도대체가 수치심이라는 걸 모르는,"
"-원우형 미웟!!!"
그거 내가 형만 보라고 새벽 네시까지 쓴건데.... 형만 봐야 되는데!!
화 내는 원우 가슴 팡팡 치면서 울고불고 하는 민규 ㅠㅠ
형은 어떻게 우리 둘만의 추억을 남한테 그렇게 아무렇게나 막 보여줘??
형을 향한 내 마음이 그렇게 우스워 보여? 그게 우리한테 얼마나 소중한 건데 ㅠㅠ
랩 쏟아내듯 어마무시하게 토로하는 민규 기세에 당황한 원우는 자기가 애초에 왜 멱살까지 잡았는지도 잊고 슬그머니 꼬리 내리겠지 미..미안하다. 먼저 사과까지 하고...ㅇㅇ
형 나한테 미안하죠? 미안해야돼. 형은 당연히 미안한거야 미안할 짓 한거야
어..응 내가 잘못 했나보네....
그럼 미안하니까 키스 해줘요.
민규가 단호하게 반복학습으로 세뇌시키니까 내가 진짜 잘못한건가 혼란 오고; 얼떨결에 잘못 인정한 원우는 당연스럽게 키스 해달라고 몰아가는 민규 때문에 당황타고.. 카페에서는 주변 시선 때문에도 쪽팔려서 그냥 황급히 해치워 버렸던 건데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 현관문 앞에 단둘이 서 있으니까 분위기도 되게 이상한거야... 괜히 뻘쭘해져서 민규 멱살 잡았던 손도 스르륵 내리려고 하는데 민규가 원우 손등 위로 살포시 겹쳐 잡으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이는거.
빨리요. 형이 먼저 안 해주면, 내가 해 버릴 거야.
어두워서 그런가 이상하게 민규 목소리도 평소보다 좀더 낮은 것 같아....
사실 원우는 민규랑 게임하다가 갑자기 당해버렸을 때 말고는 키스를 해본 적도 없고 그 당시 워낙 충격이 커서 기억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에 키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
게다가 그동안 민규랑 이런저런 별 일이 다 있었는데 새삼스레 키스해달라니까 괜히 부끄럽고 창피하고.... 민규한테 손 붙들린 채로 우물쭈물 하던 원우는 이대로면 어차피 좋든 싫든 민규랑 키스하게 될 걸 아니까 (여태까지의 반복 학습으로 김민규는 거절을 한다고 해서 거절되는 상대가 아니란 걸 너무나도 잘 앎..) 눈 질끈 감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춰.
그렇게 어렵사리 입을 맞추고 잠시동안 지긋이 꾹 포개고 있던 원우가 은근슬쩍 민규 눈치를 보면서 간신히 입을 떼려고 하는데, 가만히 받아주던 민규가 원우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각도 틀어서 아랫입술을 삼켜 먹는 거야.
그리고 자상하게 원우 귓가 옆머리 쓰다듬으면서 혀 넣어서 사탕 녹여 먹듯이 원우 혀를 쪽쪽 빨아 주는데 그게 너무 상냥한거.. 매끈하고 몰캉한데 목구멍으로 데일듯이 뜨거운 온기가 흐르고 괜히 가슴 속안이 간질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미칠 것 같아.
지난 번 키스에 대한 첫 기억이 너무 급작스럽고 당혹스러워서 별로 좋지 않았던 원우는 이번에 민규와 두번째 키스를 하면서 이상하게 녹아 내리는 것 같아.....
누가 자기를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기분은 난생 처음이었어.
그동안 민규가 셀 수 없을 만큼 입에 달고 살았던 '좋아한다'는 말, 아무리 들어도 그냥 오글거린다고만 생각했던 그 고백의 말을 닿아오는 혀끝으로 직접 전달받아 버린 기분인 거야.
사랑해, 사랑해.
민규와 맞닿은 입술이며 피부로 와 닿는 뜨거운 숨, 귓가를 어루만지는 손길 그 모든 것들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아서 원우는 이제 와서야 깨달아. 민규 마음이 이거구나, 민규가 정말로 나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민규의 온도가 데일듯이 뜨거워서 원우는 머리가 찡해.
넘치도록 흘러들어오는 감정에 휘말려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몰아치듯 뜨거운 민규 품 안에 갇혀서 현관문까지 떠밀린 원우 눈끝이 파르르 떨려. 조심히 입술을 뗀 민규는 원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부드럽게 쓰다듬어.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이 배어 나와서 원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 지금 민규 눈빛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지금까지 줄곧 봐 왔던 눈빛, 집요하리만치 뜨겁고 진득하면서 다정한... 눈일 거라고.
형. 나.... 진심이야.
불쑥 꺼내진 민규의 나지막한 말에 원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응, 나도.. 알아.
형─, 부르는 민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원우는 엄지 손끝을 뻗어서 민규 입술을 지긋이 꾹 눌러.
..아무 말도 하지마, 민규야.
그리고 이번에는 제 쪽에서 다시 입을 맞추는 원우. 방금 맞닿은 혀끝으로 민규의 진심을 전달받았듯이 다시 한번 입을 맞추면 민규 역시 제 진심을 알 수 있을까 싶어서.
원우는 두 눈을 꼭 내려감고 민규에게 키스해.
그동안 받아왔던 민규의 고백에 대한 대답으로.
여고생미 여전한 순정남 민규 x 이제는 순응남 원우 4
그렇게 둘은 그날부터 정식으로 사귀게 됨.
원우가 딱히 좋아한다거나 사귀자고 고백한 건 아니지만 먼저 키스를 해줬다는 건 원우 입장에서 정말 많이 표현한거고 민규도 원우가 그 정도까지 마음 열기 쉽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알아서 잘 받아줘.
원우가 지금까지 자기 말고 연애 감정을 가져본 사람도 없다는 걸 아니까, 민규는 원우의 그런 점이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원우가 표현을 못하고 서툴어도 다 봐줌. 그래서 가끔씩 일부러 키스해달라고 조르기도 하는데, 원우는 부끄럽다고 쪽팔린다고 빼면서도 결국 눈 질끈 감고 뽀쪽 해줌.
그러고 얼굴 빨개져가지고 괜히 틱틱대면서 딴소리 하고 딴죽 걸고. 넌 이런 걸 시킨다느니 남사스러운 짓 하면 좋냐느니 면박 주지만 해달라면 또 다 해주는 원우 ㅇㅇ 이젠 사람들 안볼 때 눈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키스도 하고 스킨쉽이 점차 익숙해지는 민원이들....
사실 민규가 원우 대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밍보르기니....
민규가 원우 챙겨주는 게 거의 내조 수준으로 세심하고 꼼꼼하니까, (오죽하면 더위 많이 타는 원우를 위해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아침마다 원우한테 오늘 날씨 어떻다더라 알려주면서 형 이옷 입는게 좋을거 같은데 이렇게 코디 제안도 해주고 자기가 입으란 대로 입고 나온 원우 보면 좋아서 입 찢어짐)
민규의 챙김을 받는 데에 익숙해진 원우는 민규한테 응석 부리는 데에 완전히 길이 들었어. 옷이나 꾸미는 데에는 영 관심이 없는 원우니까 민규가 해주면 해주는 대로 다 받는데 민규가 너무 행복하게 웃으면서 형 이쁘다 ~ 잘어울리네 귀엽네 칭찬해주니까 왠지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아서.... 다 받아주다가 익숙해져서 버릇 듬 ㅠㅠ 이젠 민규 없으면 오늘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는거... 그만큼 원우 일상 속에 민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 감
그날도 민규가 아침에 형 오늘 흰색에 파란 스트라이프 맨투맨 있지 그거 입어 이쁘겠다 이러고 카톡이 와서 원우는 순순히 맨투맨에 고개를 빼꼼 넣었는데, 문자가 하나 더 온거
형 무슨 팬티 입고 있어?
(하라는 대로 순순히) 무의식적으로 내가 뭐 입고 있나 슬쩍 내려다 보던 원우는 내가 지금 이걸 왜 보지;; 싶어서 정신이 퍼뜩 드는거야. 생각해보니 그동안 너무 민규 말을 오냐오냐 다 들어준 것 같아. 너무.. 쉽게 받아줬음.
그런 것까지 다 말해주기는 좀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이 들어서
ㅡㅡ왜
하고 답을 보냈더니 민규는 음마 따위 없다는 듯 밝게 대답함
흰옷에 색깔속옷 입으면 튀잖아 ㅎㅎ
그걸 보고 안심한 원우는 아 내가 괜히 엄한 애를 의심했구나 싶어서 경계 풀고 순순히 말해줌 하얀 삼각이라고.
그 답을 본 민규는 이제 원우형이 나한테 마음을 많이 허락했구나 싶어서 맘이 들뜸. 원우랑 사귄 지도 좀 됐고, 이제 슬슬 키스보다 좀더 하고 싶어졌어. 민규는 첫 만남부터 짝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원우 기다리면서 참았던거 ㅠㅠ 오래 좋아했고 마음의 크기도 당연히 자기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 만큼, 민규 딴에는 원우가 먼저 자기랑 하고 싶은 맘이 들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거야.
그래서 눈새 원우도 의식할 수 있도록 은근슬쩍 야한 뉘앙스로 멘트 찔러보고 괜히 묘한 분위기 만들어 보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음 (노력하는 남자 김민규)
하루하루 데이트 하기 바쁜 민원이들은 오늘도 여기저기 같이 놀러 다녀.
민규는 원우형 너무 말랐으니까 잘 먹어야 된다고 맛집 서치해서 리스트 뽑아놓고 아 여기서는 이 집이 가깝네 형 오늘 닭갈비 괜찮아? 그런 식으로 잘 주도함 ㅇㅇ 깨알같이 알바해서 번 돈 원우랑 놀러 다니면서 다 쓰는 고딩 민규... (이젠 원우가 민규 알바할때 기다려 주기도 하고 데리러 오기도 하는 등 많이 발전함) 사람 눈을 의식하지 않는 민규는 밖에 다니면서도 원우 손 깍지 잡고 ㅇㅇ 같이 밥 먹으면서 형 이거 맛있다 아 ~ 해 하고 이것저것 원우 먹여주고..
개썅마웨 B형남자 김민규랑 다니면서 얼굴이 많이 뻔뻔해진 원우는 민규가 먹여주면 먹여주는 대로 족족 잘 받아먹게 되고 이제는 시키기도 함 ㅇㅇ 민규야 나 저거. 턱 틀어서 살짝 고개짓 하고. 그럼 민규는 한손으로 받쳐 들고 먹여주면서 전원우 한정 양봉업자 답게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눈빛으로 원우 바라봄...
주변에서는 어머 쟤들 사귀나봐 작게 수근거리는데 둘다 1도 신경 안 씀
아무데서나 미세사 시전하는 민규랑 원우..
남들이 영화관 데이트 할때 민규랑 원우는 오붓하게 집에서 단둘이 영화를 봐.
물론 챙길 거 다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민규는 슈퍼에서 레토르트 팝콘이랑 과자랑 버터 오징어를 사고 원우 민증으로 캔맥주도 같이 곁들임 ㅇㅇ 역시 오징어엔 맥주지! 전자렌지에 팝콘을 3분 돌려 온 민규는 영화관 기분을 제대로 내기 위해 스마트TV(전에 닌텐도 위 연결했던 문제의 그 TV)에 랩탑 연결해놓고 원우랑 거실 쇼파에 앉아 어둠 속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해.
영화는 원우가 보고 싶다고 했던 블록버스터 스릴러인데 민규 취향은 아님.. 근데 원우가 보고 싶다고 하니까 보는거.... 사실 영화보단 '영화 보는 원우'를 보는 맛..
민규는 뭔가에 열중해 있는 원우 얼굴 바라보는 걸 참 좋아해. 잔뜩 집중해서 찌푸려진 미간도 좋아하고, 삐쭉하게 쭈욱 다물려진 입술도 좋아하고, 가뜩이나 가는 눈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는 것도 좋아하고....
무턱대고 저질러 버렸던 첫 키스 때도 사실 이 얼굴에 반해서 그랬던 거였거든.
너무 귀여운데, 어딘가 섹시하기까지 해서 너무 좋아하는 민규는 제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원우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며 앞머리를 살랑살랑 쓰다듬어 주다가 그만 충동적으로 입을 맞춰.
민규 무릎 베고 쇼파에 벌러덩 누워서 영화 감상하던 원우는 갑작스레 입술이 덮쳐져도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민규 옷깃을 그러쥐어. 예전 같았으면 길길이 뛰고 난리쳤을텐데, 이젠 민규랑 키스하는 게 익숙해져서 별로 놀라지 않게 됐어. 워낙 평소에도 민규가 갑작스럽게 기습 키스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럴 때마다 조용히 눈을 내려감는 원우.
민규는 이제 자신을 밀쳐내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는 원우가 너무 예뻐서 새삼 감동. 원우 턱을 엄지로 내려 벌리면서 감싸쥐던 민규는 그 손으로 원우 목덜미를 쓰다듬어. 부드럽게 살을 보듬다가, 맨투맨 목깃 안쪽으로 손을 넣어 쇄골께를 만지는 거야.
옷 속으로 민규 손이 들어오니까 놀라서 움찔 떨었던 원우는 여전히 저항하지 않아. 좀더 깊숙히 뻗어서 빈약한 가슴팍의 볼록한 돌기를 손끝으로 지분거리니까 맞닿은 혀끝으로 나지막이 앓는 소리를 내는 원우.
아, 으으.. 내려감았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입술 새로 침이 주륵 흐르는데, 그게 너무 야해서 민규는 아예 손을 빼고 맨투맨 아랫쪽에서부터 옷깃을 걷어 올려.
목끝까지 말아 올리니까 원우는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는데, 민규가 만지면 만지는 대로 가만히 만져지고 있었어. 조용히 입술을 뗀 민규가 제 무릎에 누워 있는 원우를 지긋이 내려다 보며 속삭임.
"형이랑 하고 싶어. 첫 경험."
내 첫사랑도, 첫키스도 형이었으니까. 내 처음은 다 형이었으면 좋겠어.
살짝 떨리는 눈으로 민규를 빤히 올려다 보던 원우는 조용히 대답해.
"....니 꺼야. 내 처음도, 마지막도."
다, 니 꺼야 민규야..
그 말을 들은 민규는 제 무릎에 누워 있던 원우 어깨를 잡아 올려 일으키고, 뒤에서부터 와락 끌어 안으면서 원우 목덜미에 얼굴을 푹 박아. 그리고 조금씩 흐느끼겠지. 너무, 너무 감격해서.
원우한테서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고 벅차서 눈물까지 나는 민규.. 근데 이런 얼굴을 원우한테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원우가 못 보게 돌려 세워 놓고 원우 등 뒤에서 울어.
어깨 너머로 뜨겁게 울먹이는 민규 숨결이랑 눈물을 맞으며 가만히 앉아 있던 원우는 제 허리로 꽈악 끌어 안긴 민규 손등 위로 손 겹쳐 잡으면서 달래주겠지.
"왜 울어, 멍청아. 이제 알았냐? 나도 너 좋아하는거.."
말해준 적, 없었잖아....
말 안하면 모르냐.
그래두. 형한테 직접 듣고 싶었단 말이야..
훌쩍거리면서 민규가 질질 짜니까 허리에 둘러져 있던 민규 손 풀어내고 돌아보는 원우. 그러고 민규 얼굴 들여다 보는데 민규가 우는거 보여주기 싫어서 고개 푹 숙이면 원우도 따라서 고개 푹 숙여서 밑에서 빤히 올려다 보다 눈 마주치고.. 원우가 눈썹 끝 내리면서 다정다정하게 웃는 거 ㅇㅇ
왜 울어, 그런 눈빛으로 위로하면 민규 눈두덩이 빨개져서 피식 웃고.. 원우가 두 손으로 민규 얼굴 감싸서 들어 올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 닦아줌.
으이구.. 애기야.
한살 차이 밖에 안 나거든?
덩치만 이렇게 크지.. 완전 애기야. 큰 애기.
그동안 형이 내맘 몰라주고 맘고생 시켜서 그런 거 아냐!!
기껏 좋아한다고 해줘도 질질 짜고.. 너 이러니까 이젠 말 안 할래.
싫어, 그러지마.
원우한테 얼굴 잡힌 채로 와락 끌어안으면서 입술 부벼 오는 민규.
민규는 키스를 잘해. 원우는 민규 키스에 약함. 애초에 이걸로 철벽까지 무너져 내렸을 정도로 원우는 민규 키스에 약해서.. 민규하고 키스하면 원우는 항상 녹아 내리는 기분 ㅇㅇ
원우가 어떤 식으로 키스하면 좋아하고 어떤 키스에 약한지 다 아는 민규는 쇼파로 원우 밀어 트리고 그 위에 올라타서는 슬그머니 입술 떼고, 가까이서 원우 얼굴 내려다 보면서 살살 웃음.
어때. 이래도 애기 같아?
애기가 못됐어.
아 쫌-
끊지마,
원우는 두 손으로 꼭 붙들고 있던 민규 얼굴을 끌어서 다시 키스해. 방금까지만 해도 칭얼대던 민규는 원우가 먼저 키스해주니까 웃음기 가시고.. 원우 맨투맨 걷어 올리면서 살짝 입술 떼더니 아예 훅 벗겨 던지고 ㅇㅇ 원우도 민규 티셔츠 단숨에 벗겨버리고서는 민규 얼굴 꼭 붙잡고 다시 키스. 민규는 원우 맨몸 만져주다가 아랫도리를 바지 위로 만질만질 하면서 원우 귓가에 속삭임
형 오늘, 하얀 삼각 입었다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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