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아무데도 못가 고전썰

iamond 2016. 2. 8. 15:14


조선시대 배경으로 원우의 아비가 역모죄를 뒤집어 쓰고 사약을 받게 되었고, 삼족을 멸해야 되는 상황인데 원우의 어미가 목숨을 걸고 원우를 도주시켜서 원우만 간신히 살아 남게 된 거지. 그리고 산 속에 숨어 풀뿌리나 산열매로 간신히 연명하며 근근이 살던 원우는 너무 배가 고파 인근의 마을까지 내려와 어느 집 부엌에서 뭘 좀 훔쳐 먹으려다가 그집 아들 순영이에게 들키고, 속으로 아 난 이제 끝이구나 생각해. 원우는 반가의 자제였고 본디 귀하게 자란 몸이었는데 그동안 갖은 고생을 다 하다 굶어 죽을 지경이라 체면 불구하고라도 배를 채워야 겠다 생각했던 거였거든..

그런데 순영이는 원우에게 아무것도 추궁하지 않고, 조용히 먹을 것을 건네줘.
원우는 정신없이 우걱우걱 입에 집어넣다 사레 들려서 켁켁거리고 순영이가 가마솥에 끓여서 식혀 뒀던 물까지 한바가지 퍼다 줌.. 그런 원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순영이가 "..맛있어?" 물어보고, 원우는 먹다가 감정이 북받혀서 울먹이며 "응.. 너무 맛있어." 대답해. 이렇게 누가 온정을 베풀어 주고 제 안위를 걱정해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오랜만의 일이었던 거야.. 순영이는 원우에게 밥 한덩이를 더 주면서, "여기 더 있으니까 울지마." 하고 위로해줘. 그렇게 원우와 순영이는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원우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듯하게 대해주는 순영이한테 큰 감동을 받아.

그러다 순영이 부모님이 이게 무슨 소란이냐며 부엌으로 오시는데, 원우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아드님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저는 아비와 어미를 잃어 갈 곳이 없는 천애고아입니다. 몇날 며칠을 굶었던 제게 베풀어 주신 온정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 이 댁의 노비라도 되어 모시고 싶으니 부디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라고 빌었어. 순영이의 부모는 당연히 당혹스럽지. 정중한 말씨 하며 총명한 눈빛 같은 것들이, 비록 비루한 행색임에도 불구하고 가리워지지 않는 기백이 있어서 암만 봐도 남의 집 종 살이나 할만한 아이가 아닌 것 같으니까.. 원우에게서 범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낀 순영이 아버지는 남에게 말못할 사연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원우를 거두어 주기로 했어.

순영이 집은 정말 평범한 민가라서 노비를 부리며 살만한 집안이 아니었고, 순영이 부모님도 정이 넘치는 분들이라서 출신도 모르는 원우를 거두어 아들처럼 대해주셨어. 원우도 눈치있게 행동하면서 순영이 부모님께 싹싹하게 잘 해서 사랑받았고.. 순영이와 원우는 형제처럼 자랐어. 원우는 순영이에게 글 공부도 시켜주고 지금까지 읽었던 명나라의 유명한 서책 이야기도 자주 했는데, 솔직히 순영이는 책 얘기는 들어도 잘 모르겠지만 원우가 워낙 책에 관심이 많고 얘기하면서 즐거워 하니까 그냥 고개 끄덕이면서 들어주는 거지. 원우는 그런것도 모르고 아 순영이도 공부에 관심이 많구나 하며 신나서 글 알려주고..ㅋㅋㅋ 순영이 부모님은 원우 덕에 순영이가 똑똑해지는거 같으니까 원우 더 이뻐하시고.. 사실 순영이네 집안 살림이 풍족하지 않아서 객식구 한명이 느니까 형편에 부담도 많이 갔고, 원우가 그리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잔병 치례가 많고 하니까 결과적으로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원우는 최선 다해서 열심히 일했고 순영이 부모님도 원우 정성을 아니까 그냥 감싸주시는 거지..

원우는 순영이네 집에서 사는 이 시간들이 너무 좋아.
오히려 부모님 생전에 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좋은 밥 먹으며 살던 때보다 더 인간미 느껴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한거야.. 그래서 순영이네 집 마당에 순영이랑 같이 쪼그려 앉아가지고 흙바닥에 돌멩이로 천자문 쓰면서 놀다가, 문득 순영이한테 "너랑 이렇게.... 백년만년 살았으면 좋겠다." 했어. 순영이가 씩 웃으면서 "난 만년도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만년 지나도 너 안 놓아줄거야, 원우야." 하는 말에 원우는 "나중에 이쁜 색시 얻으면 나한테 그런 말 한거 후회할걸." 하면서 입술 삐죽거리는데, 순영이가 돌멩이 쥐고 있던 원우 손 겹쳐 잡으면서 "그냥 나랑 살면 안 되냐. 평생." 하는거야.. 그 말에 원우는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놓칠 정도로 동요하는데, 돌멩이 대신 손안에 폭 들어온 순영이 손이 깍지를 꼭 껴서 잡아. 그리고 지긋이 바라보면서 "난 너... 아무데도 보내기 싫다." 하는 순영이한테 원우도 "나도.. 아무데도 가기 싫어." 대답하고 "너랑 이렇게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둘이 마당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입 맞췄으면....

그렇게 순영이네 집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던 원우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왠 사내들이 순영이 집에 들이닥쳐서 원우를 찾으러 온 거야. 원우의 어미 친정 쪽 집안에서 원우를 거둬 주겠다고 데리러 온거.. 원우는 지금까지 순영이네서 얹혀 살면서 자기 때문에 형편이 힘든데도 따듯하게 대해주신 순영이 부모님이나 우애깊게 가까이 지냈던 순영이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마음은 여기서 계속 살고 싶지만 순영이네 집에 자기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간 저를 보살펴 주신 은인이라고 잘 말씀드려서, 친척집에서 순영이네 집에 쌀 오십석을 사례로 준 거야. 덕분에 원우는 드디어 이 집에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순영이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간단한 봇가지를 꾸려 떠날 채비를 해.

순영이는 원우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 싫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간 원우랑 말도 안 하고 골을 내는거야. (원우는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체념..) 떠나기 하루 전날 밤 짐 챙긴 원우가 "순영아 나.. 내일 떠나." 그동안, 고마웠어.. 그동안 너랑 지냈던 시간들 너무 좋았고.. 하면서 미리 작별 인사를 하려고 주절주절 말을 꺼내는데 계속 원우한테 등 돌리고 앉아있던 순영이가 확 손목을 붙잡아 당기고 원우 봇꾸러미를 내던지면서 "..가지마!!" 하고 원우를 와락 끌어안아.

"누가 너보고 가도 된다고 했어? 쌀 오십석 따위에 널 팔아 넘길 줄 알아? 나랑, 나랑 이렇게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무데도 가기 싫다며!! 원우야, 가지마 원우야.. 나 이렇게 너 못 보내. 아무데도 못가, 너..."

하면서 꽉 끌어안고 열을 내던 순영이가 조금 울먹이는 걸 알고 원우는 가슴이 무너져. 원우도 순영이를 떠나기 싫지만, 순영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런 길을 택한 거니까.. 이렇게 순영이한테 안겨 있으면 평생 떠나기 싫어질 것 같아서, 순영이 품을 뿌리치고 밀어내.

"정신차려, 권순영. 난 사내고, 너와는 태생부터 달라. 너한테 아이를 낳아줄 수도 없고, 백년가약을 맺을 수도 없어. 우리가 했던 말은 그냥 다 허황된 소리였어. 언제까지 그런 거짓부렁에 빠져 있을 건데? 너도 나중에 예쁜 색시 얻어서.. 장가도 들고...."
"너야말로 자꾸 거짓말 치지마. 실은 가기 싫잖아, 나한테 그딴 소리 하기 싫잖아!! 너 그거 진심 아닌 거 다 알아. 자꾸 이쁜 색시 얻으라는 소리 하는 것도 불안해서 그러는 거.. 내가 널 모를 것 같냐고..."

서툰 거짓말을 다 간파하고 몰아세우는 순영이한테 붙잡혀서 어느새 바닥으로 밀쳐 눕혀진 원우는 몸 위로 올라타는 순영이를 거절하지도, 그렇다고 받아 들이지도 못하고 당혹스러워 하는데 순영이는 그런 원우한테 입 맞추면서 옷고름 풀어 내리고.. 원우는 순영이 손에 무방비하게 벗겨지는 옷가지를 보면서도 완전히 밀쳐내지 못해. 순영이를 상처주고 싶지도 않으니까 순영이에게 모질게 굴지 못하는 거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매면서, 제 목덜미에 입을 묻는 순영이 머리를 감싸쥐고 애원해.

"..진짜, 제발 이러지마 순영아. 너 지금 이러는거, 나중에 후회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후회, 안 해."

그렇게 단언하는 순영이 말에 불안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너무 안심되는 스스로가 경멸스러운 원우.. 제 몸을 만지는 순영이의 열기가 사랑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자신을 구해오는 순영이에게 몸을 맡길 뿐 먼저 원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겁함이 싫은거야. 그리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자꾸 눈물이 차오르려 하고... 평소엔 원우가 조금만 아프거나 다쳐도 호들갑을 떨며 극성스럽게 걱정하던 순영이가 이번만큼은 봐주지 않고 제대로 범하는거.. 원우가 아파서 바들바들 떨고 눈물 그렁그렁한거 보면서도 고집스럽게 끝까지 삽입하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다정스럽게 원우 보듬어 주는데 차마 눈물은 닦아주지 못하는 순영이..

"이번 한번만 봐주라, 원우야..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널 가질 수 있게 해줘.."

사실 순영이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구나 알고 있는거. 앞으로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으니까.. 원우한테 미움 받아도 좋으니까 한번이라도 원우와 이어지고 싶어서, 원우 눈물을 보면서도 멈출 수 없는 순영이. 난 저 눈물을 닦아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원우 이마에 입 맞춰주고.. 원우는 눈물젖은 눈 조용히 내려감으면서 순영이를 마주안을 수 없는 스스로의 비겁함을 원망하는.. 이렇게라도 순영이에게 안길 수 있어서 행복한 감정을 인정할 수 없으니까...

서로에게 미움 받아도 좋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부려보는 영원이들.
생각하는 건 둘다 똑같은데 전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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