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여우신x신관 썰

iamond 2017. 2. 13. 15:38



호시狐侍는 마을에서 모시는 여우 신인데
워낙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뭐 하나 수틀리면
마을에 재앙도 내리고 심술을 부리기도 하는 까탈스런 신.

때문에 호시를 모시는 마을에서는 흉년이 들거나 가뭄이 들거나 하면
무조건 신전에 와서 공물도 바치고 제사도 지내고 하는 등 지극정성을 다 함



그러던 중 마을에서 호시가 아끼는 여우를 죽여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진노한 호시는 마을에 온갖 흉조를 다 몰고 와 깽판을 치며 자신의 노여움을 표출함.

마을 사람들은 호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제물을 바치기로 하는데
갓 태어나 영이 깨끗한 아이를 바쳐야 한다며 전씨 할아버지의 막내손자 원우를 간택.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 원우를 씻기고 단장해 신전에 버려두듯 넣어놓고 떠나버림




호시는 이 썩어빠진 인간놈들이 무슨 공물을 가져왔나 한번 내려와 보는데,
하얀 예복에 싸이듯이 입혀진 어린 아이가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음.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일단 모습을 드러내는데,
호시를 본 원우는 워낙 살가운 성격인 건지 낯도 가리지 않고 방긋방긋 웃고 있는거.

호시의 옷자락을 잡으며 끙끙거리고 잡아 당기는 아기를 보니
철벽 같은 호시의 마음도 녹아내리고.....
할 수 없이 거두어 주기로 함.



원우는 날 때부터 호시에게 바쳐진 아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입 발린 소리에
어린애 하나 놔두고 떠나다니 이런 치졸한 놈들 싶으면서도 내심 흐뭇해서
호시는 못이기는 척 마을의 재앙을 몰아내 주고 신전에서 원우를 키워 냄
(본격 호시의 육아일기)

덕분에 원우는 엄마, 아빠 라는 말을 알기도 전부터 호시님 이라는 말을 먼저 배웠고,
사람보다 여우를 더 익숙하게 보고 자랐을 뿐더러 정말 온전히 호시를 위해 키워졌음.



호시는 본래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
그래서 처음엔 탐탁치 않은 기분이었으나 원우를 키우며 점점 정도 쌓이고..
나긋나긋하고 예쁘게 구는 원우를 총애하게 되어 은근히 팔불출이 되어 감.

새를 무서워 하는 원우를 위해 새를 쫓아 주고, 신전 근처로 얼씬도 못하게 하기도 함.
덕분에 새를 부리는 도겸 (호시는 촉새라 부름)이 저거저거 인간한테 홀렸구만.
볼멘소리를 했다가 호시한테 엉덩이를 발로 차이기도 했음.



호시가 부리는 여우들도 원래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경계심이 강하지만
영이 깨끗할 때부터 신전에서만 자라 속세에 물들지 않은 원우를 예뻐해주고...

가끔씩 원우와 호시가 투닥거리기라도 하면 하나같이 원우 편 들어주는 거.


이런이런 호시님이 잘못하셨네, 원우를 울리시다니요. 원우에게 사과하세요.
그럼 호시는 이런 고얀 것들.. 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원우한테 사과하고.

원우는 긴 소매를 꼼질거리며 호시님 원우가 잘못했어요... 하고 꼬옥 안겨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머리 쓰다듬어 주는 호시..


그렇게 호시의 총애를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던 원우가
언젠가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함.

가만히 넋 놓고 혼자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불러도 대답조차 않고 혼자 생각에 잠겨있고..
신전 마당을 쓸며 빗질을 하다가도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하는데
원우야, 하고 호시가 부르는 소리에 예?? 화들짝 고개를 들며 얼굴을 붉히곤 하는거.

호시는 원우가 대체 왜 이렇까.. 어디 아픈가... 걱정하면서
여우들이 새벽 이슬을 모아 끓인 차와 원우가 좋아하는 둥근 경단을 다과로 내주기도 하는데
원우는 호시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하면 얼굴에 열이 오르고 시름시름 앓아.



당최 영문을 모르겠는 호시가 여우들한테 우리 원우 요즘 왜 그러지.... 투정하면
여우들은 이런이런 호시님 참으로 둔하시다, 원우가 고생이 많다.. 하며 쑥덕쑥덕..

참다 못한 우지 여우가 총대 매고 호시에게 간언.
호시님, 인간들은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 매일이 발정기처럼 몸이 쉽게 달아 오르고
마음에 드는 이성과 짝짓기를 하여 교미하고 싶어지는 때가 온답디다.
원우도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지요.

그 소리 듣고 충격 먹은 호시가
아니! 내가 어떻게 키운 원우인데 감히 누구한테 내줄 수 있단 말이냐!
하면서 펄펄 뛰면 그 앞에서 심드렁하게 콧방귀를 뀌는 우지 여우..


그렇게 원우가 좋으시면 평생 품에 끼고 사시던가요. 물론 원우 맘은 장담 못합니다만.
우지 여우의 말에 괜히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고 심경 복잡해지는 호시.



아니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던 우리 원우가..

이제 겨우 열 여덟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백년을 산 호시에게는 원우가 마냥 아이로만 보이니 짝짓기, 교미 같은 상스러운 단어와
원우를 연관시키는 것조차 원우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라 이런 저질스런 생각 따위를 하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머리를 마구 쥐어뜯고....
그러고 나면 괜히 죄책감 들어서 원우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봄.



원우가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 입을 때 모습을 감추고 몰래 슬쩍슬쩍 엿보기도 하면서
우리 원우가 정말 어른이 되어 간단 말인가, 아직도 저렇게 하얗고 가냘픈데....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 쉬다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원우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호시님?! 거기 계세요? 물어보며 소리 난 쪽을 돌아보는 거.

그럼 호시가 요력 풀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래, 나다. 하는데
원우는 놀랍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반가운 기색으로 욕탕의 물을 찰박거리며 다가와
왜 거기 그러고 서 계세요. 호시님도 목욕 하시려고요? 물어보니까
못 이기는 척 결국 욕탕으로 들어오는 호시....

호시님이랑 목욕하는 거, 오랫만이네요.
그렇구나.
호시님 요즘.. 저를 좀 멀리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원우에게 오히려 제가 되묻고 싶은 심정인 호시가 참다못해
원우 너야말로 요즘 나를 피하고 있지 않느냐!
하면서 원우 어깨를 홱 잡아 돌리니까 당황한 원우 얼굴 빨개지고..

왜 나를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냐? 내가 너를 화나게 했느냐?

너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안달이 난다,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이냐?

나조차도 나를 모르겠다. 너는 나를 미치게 만드는 구나!


....호시님도 저를 미치게 만들어요.

이상해질 정도로 호시님이 너무 좋아서, 저도 미치겠단 말이에요..

그렇게 둘이 눈 마주치다가 문득 호시 몸 내려다 본 원우가 피식 웃으면서

호시님도 저를 보면 발정이 나나요..?

저도 그래요. 호시님만 생각하면 가슴 속이 뜨거워요..
안아 주세요, 호시님.

그렇게 호시 어깨로 머리를 기대는 원우....


둘은 욕탕에서 첫 경험을 치르게 되는데 하다가 뜨거운 물 찰박거리며
으쌰으쌰 격한 운동을 하다보니 너무 열 올라서 둘다 현기증에 쓰러지고


결국 여우들이 이런이런 호시님도 참.. 원우에게 사과하세요. 하면서 뒷수습
하루를 꼬박 자고 다음 날 이불 속에서 눈 마주치고 푸흐흡 웃으며 발가벗은 몸으로 꼭 껴안겠지



알고 보니 원우에게 '발정'이라는 단어 가르쳐 준 게 우지 여우였던 거
여우들에게 온갖 음담패설이며 성교육 받고 호시만 보면 얼굴 빨개졌던 원우....
머릿 속으로 자꾸 야한 생각만 나서 몸이 다는데 호시가 자기 훔쳐보는 거 느끼고
대담하게 먼저 유혹했던 것..




기승전 원우에게 사과하세요

0104..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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