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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원홍] 먹이사슬 上

BGM :: Fast Pace "하으, 응, 서-선배. 너무 쎄요. 쫌만, 쫌만 천천히... 흐앗!" 허우적대며 뒤로 뻗은 원우의 손이 제 엉덩이를 쥔 승철의 손등을 더듬거렸다. 나지막이 발음되는 된 소리가 얇은 입술 새로 갈급하게 매달렸다. 입으로는 천천히 해 달라고 울먹이는 와중에도 쿰척거리면서 젖히고 조여오는 뒷입이 오히려 조르듯이 달려들고 있어 승철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원우는 승철을 부추기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작 원우의 의도와 상관 없이 발동된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손금새로 땀이 배인 손바닥이 승철에게 애원한다. 원우는 흥분할 수록 다한多汗이 심해지곤 했다. 승철은 자꾸 꿈지락거리는 원우의 손목을 잡아채 더욱 깊숙히까지 쿠웅 찔러 박았다. 흐어어엉...

2017.03.15

[영원] 별사탕 (월간영원 2월호)

BGM :: 光の中へ 허상, 나의 별이 되어줘 벌써 일곱 번. 원우는 실패했다. 자조하며 소매를 걷었다. 길게 내려오는 니트 소매를 걷어 내자 이미 수 차례 그어 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질기다, 정말. 왜 그토록 끊어 내고 싶은데도 이 지독하고 끈질긴 삶生은 끝나지 않는 것인지 답답하고 원통스러웠다. 사람의 혈관이 그토록 질긴 것인지, 몇 번씩 잘라 내도 또 다시 살아 남는 제 명이 질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이야말로 끝을 보고야 말 것이다. 원우는 옥상 난간을 향해 섰다.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 아래의 경치는 황홀할 만큼 짜릿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난간을 넘어 바깥으로 섰다. 좁은 바닥을 간신히 디디며 난생 처음 제 몸이 얇고 가볍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생애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

2017.03.01

[훈원민] 입술틈

아. 김민규 왔냐. 인사해. 전원우라고, 내 친구. 안녕하세요. 안녕. 조용히 고개를 살짝 까딱여 보이는 그 붙임성 없는 하얀 얼굴을 보고 가장 처음으로 느꼈던 감상은, 아무리 봐도 지훈이형이랑 어울릴 만한 부류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당장 앉은 자세만 봐도 그랬다. 지훈이형보다 머리통 하나 정도는 더 큰데 지훈이형과 눈높이를 맞추느라 굽어진 등과 늘어진 어깨는, 작은데도 꼿꼿하고 당당한 지훈이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애초에 지훈이형이 숙소에 누굴 데려온 적도 처음이었다. 현관에 멀뚱하게 선 채로 분위기를 살피던 중 차분히 내려앉은 새카만 눈과 마주쳤다. 나름대로 예의를 차린답시고 살짝 웃으며 목례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탐색하듯 집요한 시선이었다. 잔뜩 털을 세우고 경계하는 듯한 얼굴. 근데 ..

2017.02.12

[영원] 나를 미치게 만드는 (월간영원 1월호)

월간영원 1월호 습관, 내겐 사랑이었음을. 1. 입을 조용히 다문다. 평소 순영을 아는 이들이라면 너답지 않게 뭐 하는 거냐고 피식 코웃음을 칠 법한 침묵이지만 정작 본인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의식하지도 못 했던 처음 3주를 빼면 이제 순영은 의도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괜히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순영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손등까지 덮는 긴 소매. 순영은 제가 ‘손목 패티쉬’가 있는 줄은 여태껏 생각지도 못 하고 살았다. 그것도 반팔이나 민소매 등으로 완전히 살이 드러난 손목이 아니라, 손등을 덮을 정도로 긴 소매에 꽁꽁 감춰진 얇은 손목. 어디선가 남자는 홀딱 다 벗은 것보다 살짝씩 수줍게 드러나는 속살에 더 ..

2017.02.08

[영원훈원영] 데네브 - 01

BGM :: 君の知らない物語 (piano) 1. "지훈이형! 원우형 어딨어요?""걔 몸 안 좋다고 권순영이 숙소 데려다줬어.""언제요? 아 카톡 넣어야겠다 내일까진 맞춰봐야 되는데." 어차피 카톡할거 뭐하러 물어보냐 바빠 죽겠는데. 하여튼 이석민. 서둘러 폰을 꺼내는 석민의 등을 소리없이 째리며, 모니터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시간 여유가 부족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세븐틴쇼 공연이 코앞으로 닥친 마당에 곡을 세 번이나 뒤엎어서 여태 편곡을 완벽히 끝내지 못 했고, 멤버들의 공연력도 영 못 따라가는 수준이라 지훈은 벌써 사흘째 한숨도 자지 못 했다. 비록 아직 데뷔날도 못 받아놓은 연습생 신분이지만 관객들 앞에서 형편없는 공연을 선보이는 건 자존심이 절대 허락치 않는다. 초조한 마음에 최근 멤버들에..

2017.01.21

[영원] 집사, 호시 (월간영원 11월호)

사람의 피를 빨지 않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햇수를 헤아리는 것을 그만둔 것이 언제였던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했다.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산 먹이’를 탐하지 않고 살아왔는지 역시 금일今日에 다다라서는 몇 겹의 먼지가 쌓인 액자 속 낡은 사진의 얼굴만큼이나 흐릴 뿐이었다. 하얗던 시트와 당대의 고급 가구로 꾸며 져 있던 방은 이제 한낱 하인들이 쓰는 청소 도구함보다도 초라해 졌다. 격조 높은 가문의 문장이 전시된 진열장도 먼지가 켜켜이 쌓여 빛이 바랜 지 오래였다. 두텁게 내려진 보랏빛 벨벳 커튼은 손조차 대기 싫을 정도로 지저분했고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 있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든 공간. 이 곳에서, 원우는 살고 있었다. 끊어지지 않는 생生의 그토록 길고 길었던 오랜 시간 동..

2016.11.30

[주원] 배드로맨스 (원른합작)

선생님.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까요. 머릿 속이 너무 복잡해서... 뭐부터 얘기를 해야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제 소개를 먼저 할게요. 제 이름은 전연우구요. 나이는.. 20대 후반. 결혼한 지 3년 된 주부예요. …아직 애는 없구요. 오늘 이렇게 찾아뵙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제 동생 때문이에요. 제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이요. 배드로맨스주지훈 x 전원우 1. 동생 이름은 원우예요. 저랑 똑같이 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전 원우 인물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동생이라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잘생겼거든요. 키도 크고, 훤칠하고. 같이 팔짱 끼고 걸으면 남친이냐는 소리도 종종 들었어요. 애가 생긴 건 날카로워 보여도 곰살맞은 데가 있어서 제 가방도 꼭 들어주고 그랬거든요. ..

2016.11.16

[겸원] 데킬라 선라이즈 (겸공합작)

It's another tequila sunrise Starin' slowly 'cross the sky, said goodbye 1. 원우형. 저.... 진짜 형 좋아해요. 진짜…, 정말이에요. 진심으로요. 몇 번이나 강조하는 석민의 말끝이 살짝 떨려왔다. 이미 여러 지인들에게 받은 화려한 꽃다발을 품에 잔뜩 안고 선 원우에게 우물쭈물 내밀어진 싸구려 포장지의 빨간 장미꽃 한 송이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 하는 석민의 불안한 시선만큼이나 보잘것없고,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허옇게 질린 석민의 손가락을 따라 볼썽 사납게 바들거리는 장미꽃을 흘낏 내려다 본 원우는 한숨 섞인 눈빛으로 말을 잘랐다. 석민아, 넌 진짜 좋은 동생이야. 형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덧붙여지는 말은 질문 따위가 아니었다. 단호하고도 냉..

2016.11.16

[영원] 첫 키스

잊혀지지도 않는 고2의 6월 중순, 딱 네 생일 이틀 전이었던 여름 날. 너는 여느 때처럼 읽지도 않을 책들을 쌓아 턱을 받쳐놓고 책상에 멍하니 엎드려 있었다. 그래도 도서실에 들려 주던 처음 몇 주간은 최소한 읽는 척이라도 했었는데. 이제는 쓸데없는 이유 따위도 댈 필요 없다는 듯 당당하게 눌러 앉아서, 내 옆얼굴만 빤히 바라보는 집요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다음 장을 차락 넘겼다. 이번 주에 새로 등재된 책이라 아직 한장 한장이 빳빳해 날카롭게 스치는 마찰음이 났다. 새 책을 넘기는 이 감각을 좋아해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원우야. 왜. 내일 모레 내 생일이야. 응. ..그런 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어. 올해 첫달이 되자마자 내 방 달력에 제일 먼저 표시해 두었으니까. 유월달의 십오일..

2016.01.04

[영원] 스무 살 (원른 전력 참여글)

1. 호시형. 스무 살이 됐잖아요. 열 아홉살 때랑 그렇게 다른 점이 있나요? 2. 어 일단 숫자.... 첫 자리 숫자가 굉장히 바뀌구요. 하하. 2로 바뀌구요. 막 그렇게 크게 바뀌는 건 못 봤어요. 3. 나이의 앞 자리 수가 바뀌었다. 1 이었던 앞 자리 수가 2로 바뀌면서 이제는 남양주의 먼 학교까지 등교하기 위해 남들보다 치열하게 기상할 필요도 없어졌고, 혼자만 달랐던 교복도 입지 않아도 되었다. 합법적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입할 수 있고, 당당하게 민증을 내밀고 성인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어차피 담배는 춤출 때 숨이 차면 안 되니까 안 피울거지만. 술은..... 딱히 맛도 없고. 4. 저는 약간 스무 살 되면 조금 자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별로 없더라구요. 5. 스무 살이 된 기념으로 동갑인 ..

2016.01.04